여성혐오
개요
여성혐오(misogyny)란 일반적으로 여성/여성 집단을 비하하고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상세
인정욕망
기존 연구자들이 여성혐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인정욕망(desire for recognition)'이다.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의 부상이 외환 위기 이후의 경제 위기감과 신자유주의 확산과 밀접하다고 분석한다. 평등주의가 퇴색하고 무한 경쟁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불안은 난민, 이주민, 유색인,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로 투사된다. 대안적 질서를 생각하기보다 무관심, 좌절, 혐오와 같은 감정에 빠지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오인된 대상에 공격적으로 투사하는 심리적 퇴행을 보이는 것이다.[1]
남성은 사회에서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계급적으로 상층에 있는 남성에게 감정노동을 하는 굴종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처럼 자기 통제를 벗어난 굴욕적 경험을 한 남성은 이 감정을 상쇄하기 위해 더욱더 여성을 공격하게 된다. 그래서 남성이 승자로서의 주류적 남성성 안에 잔류하고자 하는 욕망이 여성혐오 살해의 메커니즘이라 설명되기도 한다. 남성이 주류적 남성성의 영토 안에 계속 존재하기 위해 여성을 희화화하고, 여성을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여성혐오의 면모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1]
비체와 혐오
이현재는 이현재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노동이 부추긴 성취 인정의 욕망으로 인해 일베 유저 등이 공포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우월성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공격하고 혐오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의 여성을 우월한 남성성의 경계를 뒤흔드는 '비체(abject)'로 인식하며, 이들을 혐오함으로써 남성 자존심의 붕괴를 회복하려 든다는 것이다.
여성혐오의 해결
한국의 많은 남성은 자신이 가부장의 권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심지어는 남성이라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혐오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 한국 사회의 특질을 강조하기보다는 가족 이데올로기 안에서 남성 역시 여성과 함께 그 질서를 떠받치는 한 축임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가족에 대한 경제력과 통솔권을 가진 아버지의 존재성은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표상'이 아니라 특정 시대에 부여된 '역할'에 가깝다.
따라서 여성혐오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 대립만을 분석하거나 해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적·사회적 맥락 안에서 서로 다른 성(性)이 놓인 삶의 조건을 이해할 때 극단화된 성 대립은 성 화합으로 전환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2]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과 여성/여성과 남성 모두 가족제도 아래에서 희생이 강요된 존재였으며, 현재의 여성혐오 현상 역시 21세기에 다시 한번 국가적으로 가족 이데올로기가 재편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다. 타인을 끊임없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장 안에서 타인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잘 모르는데도 안다고 오인했던 상대방을 정말로 알아가려 노력하는 자세다. 우리가 다른 성(性)에 품었던 오해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경험'일지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내 안'의 여성혐오,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사라지게 될것이다.[3]
References
- [1] 박찬효,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 책과함께, 2020, p.23.
- [2] Ibid. p.26.
- [3] Ibid. p.33.